쓸만한교

[쓸만한 도덕1] 20. 이웃과 소통하기, 엘리베이터 편지는 실패! 본문

쓸만한 도덕/쓸만한 수업

[쓸만한 도덕1] 20. 이웃과 소통하기, 엘리베이터 편지는 실패!

도덕윤리 2018. 8. 26. 15:52

[쓸만한 도덕] 이웃과 소통하기, 엘리베이터 편지는 실패!


수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려운 과정입니다. 특히 학생들이 참여해서 배움을 얻는 활동을 계획한다는 것은 창의적이지 못한 저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과정입니다. 저는 창의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이웃을 주제로 어떤 수업을 하면 좋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던 중 가장 친한 친구가 엘리베이터 편지를 말해주었습니다. 저와 달리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이 있는 친구라서 저보다 도덕 수업에 적합한 소재를 더욱 많이 아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엘리베이터 편지는 제가 붙인 이름이고, 여러분들이 평소에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이웃과의 훈훈한 소통의 방법입니다. 이사 온 아이의 편지부터 겨울 날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하는 답답한 아이들을 위한 배려의 편지까지 내용이나 형태는 다양하지만 이웃과 소통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업은 엘리베이터 편지를 직접 써보고 엘리베이터에 붙인 뒤에 인증샷을 찍어보는 것으로 계획해보았습니다!  만약 이웃들이 답장을 해준다면 그것또한 공유해보는 야심찬 다음 수업 계획까지 있었습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줍니다.



사진을 보고 떠오르는 질문 5가지를 만들고, 짝과 서로 질문을 주고 받으며 나름의 답을 찾아보도록 합니다.

짝과 대화가 모두 끝나면 전체 질문 중에서 답을 꼭 알고 싶은 질문이나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은 질문 1가지 선정합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도대체 왜 저렇게 층수를 표시해놓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선정을 하더군요. 그 외의 질문에 간단히 답변을 한 뒤에 사진 속에 숨은 사연을 이야기 해줍니다. 




사연을 알고나서 감동받는 학생도 있고, 사진을 오해해서 반성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웃과 소통하는 따뜻한 사연을 몇 가지 더 공유한 뒤에,


오늘은 우리가 같이 엘리베이터 편지를 쓰겠다고 공표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성난 민중처럼 활동을 거부하기 시작합니다.....허허허

이 활동을 하기 싫은 이유에 대해서 대화를 나눠 본 결과, 부끄럽고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대다수였고 이웃과 소통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학생들이 하기 싫어하는 데 활동을 진행한다면 아이들에게 배움이 없을 것을 뻔했기 때문에 소재를 살짝 바꾸어보기로 했습니다. 


'이웃'이라는 단원과 관련성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지만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이웃들과 소통을 하는 것을 주제로 잡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학교 구성원이지만 우리가 평소에 소통을 하지 않는 사람은 누가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부터 시작해서 급식실 여사님, 학교 안전 봉사단 선생님, 사서 선생님 등 여러 사람의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이제 모둠별로 이번 기회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소통을 해보고 싶은 사람을 선착순으로 골라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쓸 대상을 고른 학생들에게 중요한 점 두 가지를 알려주고 자유롭게 편지를 쓰도록 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첫째, 구체적으로 감사한 일을 찾아서 적어야 한다. 둘째, 감사한 마음에 어떻게 보답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예를 들어, 예의 바르게 인사하기) 적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너무 예쁘게, 그리고 열심히 편지를 적어주어서 감동했습니다. 


이번 수업을 준비하고 실제로 해보면서 느낀 점은... 내가 할 수 있는 활동을 하자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에게도 엘리베이터 편지를 써서 붙이는 것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쉽지는 않은 일이었습니다. 도덕 선생님이라고 항상 도덕적인 일을 쉽게 해내는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실천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아이들은 더욱 그러했겠죠. 아이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급하게 소재를 바꾸었지만 잘 실천해주어서 고맙네요. 아이들의 편지를 받은 분들이 답장을 적어주시면 진정으로 소통하는 학교가 될 것 같은데... 희망을 가져봅니다ㅎㅎ 

이번 수업은 뭔가 구조화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그것이 매력일수도 있다고 자신에게 위로를 남겨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