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교

[쓸만한 도덕] 32. "쓸만한 도덕 주제 탐구 발표" - 성찰문 작성하기 본문

쓸만한 도덕/쓸만한 수업

[쓸만한 도덕] 32. "쓸만한 도덕 주제 탐구 발표" - 성찰문 작성하기

도덕윤리 2020. 8. 2. 17:34

발표담당자 선정
주제 탐구 발표 계획하기
주제 탐구 발표하기
대화로 탐구하기 발표 피드백하기
성찰문 작성하기

 

성찰문 작성하기

 "쓸만한 도덕 주제 탐구 발표"의 마지막은 단계는 "성찰문 작성하기"입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자신이 맡은 주제와 관련된 자신의 삶의 경험을 생각해보았고, 이를 친구들에게 말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과 친구들은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모든 학생이 한 번씩 발표와 피드백을 했으니, 마지막에는 다 같이 성찰문을 작성합니다.

 성찰문의 주제는 자신이 발표를 하면서 변화한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발표 주제를 선정하고, 발표를 준비하고, 발표를 하고, 피드백을 듣고, 발표를 하고 난 뒤에 까지 모든 과정 속에서 성장한 점, 들었던 생각, 느꼈던 감정, 달라진 행동 등 자신의 변화를 자세하게 적는 것입니다. 발표를 할 때, 아래 학습지의 아래 부분같이 선생님과 친구들의 피드백을 적어두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해서 성찰문을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피드백을 적어놓은 것을 보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왼쪽은 중, 오른쪽은 하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아직 1년밖에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피드백을 어떻게 적어야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지 못했고, 친구들이 해주는 피드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을만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아서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들의 성장

 하지만 이렇게 부족해보이는 과정 속에서도 아이들은 분명히 성장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살펴 본 두 학생을 보겠습니다. 왼쪽의 학생은 2019학년도 2학기 초에 발표를 한 학생이고, 오른쪽의 학생은 2학기 말에 발표를 한 학생입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 학생은 칠판에 간단한 판서를 하면서 발표를 했고, 다른 학생은 PPT로 발표 자료를 만들어서 발표를 했습니다. 발표가 진행되면서 어떤 학생이 PPT를 준비해오니, 자신도 그렇게 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또 처음에는 바로 본론만 이야기하고 들어가던 학생들이 나중에는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해오기도 하고, 퀴즈를 내기도 하고, 상품을 준비해오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는 1학기와 2학기를 비교해보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또 선생님과 친구들의 피드백이 학생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아래 성찰문을 쓴 학생은 흔히 말하는 소심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발표 계획서에는 빽빽하게 자신이 어떻게 발표할지 준비를 해왔었는데, 정작 발표에서는 손을 덜덜덜 떨고 말을 더듬어서 다른 친구들의 혹평을 받았죠. 친구들은 '말을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겠다' 등의 피드백을 해주었고, 이 학생의 표정은 어두워졌습니다. 친구들의 피드백이 끝나고, 저는 이 학생에게 두 가지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첫째는 준비하는 태도입니다. 저는 이 학생의 계획서를 보고 열심히 발표를 준비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준비하는 태도가 좋았다고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은 떨리고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발표를 할 때는 최소한 발표의 처음에는 어떤 말로 시작할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떻게 전달할지, 마지막에는 어떻게 마무리할지 정확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학생은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반에서 발표한 학생 중에 이렇게 구체적으로 준비를 한 학생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여러분도 배워야겠습니다.

 하지만 이 학생의 발표는 친구들이 말한 대로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학생의 발표는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지적한대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너무 많은 긴장을 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도 어렸을 때 소심해서 발표를 잘 못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때는 꼭 부모님 앞에서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친구들보다 부모님 앞에서 발표하는 게 더 긴장이 되었기 때문에, 부모님 앞에서 발표하는 게 도움이 됐습니다. 여러분도 이 발표가 수행평가인 만큼 적어도 한 번은 실제 발표처럼 연습을 하기 바랍니다. 그러면 다음 발표에서는 발전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피드백을 해주었는데, 학기말 이 학생은 성찰문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한 학기에 한 번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한 것이지만, 그 경험이 이 학생에게는 인생의 만족도를 30%에서 50%로 늘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학기에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생님의 피드백이 학생들을 성장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감사했습니다. 이 학생말고도 발표를 하고 피드백을 하는 1년의 시간동안 스스로 고민하고, 친구들과 선생님의 피드백을 통해서 발전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1학기와 2학기를 비교해도 엄청난 성장을 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학생들은 끊임없이 성장합니다. 하지만 학생이 성장하는 과정에 선생님의 도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선생님으로서의 보람은 어디서 찾아야할까요? 저는 막연한 것을 싫어합니다. 막연한 것에서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수업을 했으니, 프로젝트 수업을 했으니, 아이들은 나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을거야, 그 과정에서 성장을 했을거야,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도움이 됐을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합리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직접 도움을 주고,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때 선생님으로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

 하지만 완벽한 수업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도덕 선생님으로서의 피드백을 많이 해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학생의 사례도 학생의 발표 준비, 발표 자세와 같은 태도와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도덕 교사라면 도덕 교과의 성취기준에 맞는 피드백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 학생은 초등학교 때 다른 친구를 심하게 놀린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이 폭력인 것 같다고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네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뭐죠?” (학생의 대답) “그렇죠.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폭력이 비도덕적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질문을 통해 폭력의 비도덕성이 무엇인지 학생으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학생에게 “도덕적인” 피드백을 해줄 수 있습니다. 도덕적 민감성이 뛰어난지 아닌지, 도덕적 근거를 잘 제시하는지, 도덕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는지, 자신이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실천의지가 있는지 등을 학생들의 경험 속에서 포착하고, 이를 학생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을 많이 시도했지만, 학생들의 경험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이러한 점을 포착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러한 피드백을 해주면, 이를 듣는 학생들도 배우게 되고, 나중에는 학생들도 친구들에게 “도덕적인” 피드백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도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계신가요?

Comments